조화와 통합의 여정
처음엔 서로 다른 조각들이 어떻게 하나로 맞춰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퍼즐 조각처럼 흩어진 생각들, 감정들, 경험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나는 그저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은 채 안개 속을 헤매는 것만 같았다.
문득 우연히 티비에서 본 오래된 퀼트 이불이 떠오른다. 천 조각들은 모두 달랐다. 화려한 꽃무늬, 단순한 격자, 바랜 무지, 진한 색상...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각들이 TV속 할머니의 손길로 엮여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었다.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인생은 이 퀼트와 같아. 조각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지만, 함께 엮일 때 비로소 온기가 생겨나는 거야."
언제부터였을까. 내 안의 모순된 부분들을 억누르고, 사회가 원하는 단일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애쓰게 된 건. 이성과 감성, 강인함과 부드러움, 확신과 의심, 이 모든 상반된 요소들 사이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믿었던 때가.
자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화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밤이 있어 낮이 빛나고, 겨울이 있어 봄이 소중하며, 비가 있어 햇살이 더욱 따스하다. 강물은 바위에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바람은 나뭇잎을 흔들어 춤추게 한다. 이 모든 대립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화.
산책길에 만난 오래된 느티나무는 수백 년의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뒤틀린 줄기, 갈라진 껍질, 부러졌다 다시 자란 가지들.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 모습이 오히려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처와 치유, 굴곡과 성장이 모두 통합되어 있는 한 그루의 나무.
깨달음은 서서히 찾아왔다. 조화란 모든 것이 똑같아지는 획일화가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의 과정이라는 것을. 통합이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존중하며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작업이라는 것을.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열정과 냉정함이 모두 공존할 때 비로소 온전한 인간이 된다. 내 안의 서로 다른 목소리들, 심지어 갈등하는 욕구들까지 모두 인정하고 대화하게 할 때, 비로소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
동양의 음양 사상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를 이야기해왔다. 어둠 속에 밝음이 있고, 밝음 속에 어둠이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품어 순환하는 원리.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서로를 완성하는 상보적 관계라는 지혜.
어느 공동체에서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을 때, 처음엔 각자의 목소리가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높고 낮은 음역대, 굵고 가는 음색, 강하고 부드러운 발성... 하지만 지휘자는 그 다름을 없애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각자의 고유한 소리를 존중하면서도 하나의 하모니를 찾아가게 했다.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진정한 조화란 획일화가 아닌, 다양한 소리들이 서로 귀 기울이며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울림이라는 것을.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종종 분열을 경험한다. 직업과 가정, 꿈과 현실, 자아와 타인과의 관계... 이 모든 영역을 분리된 칸처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점점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온전한 삶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명상을 배우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대립되는 감정들을 함께 품는 법이었다. 불안하면서도 평온할 수 있고, 슬프면서도 감사할 수 있으며, 혼란스러우면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흐르게 두면서, 동시에 그것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조화와 통합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때로는 내면의 갈등과 마주해야 하고, 때로는 외부의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 여정 자체가 우리를 더 깊고 풍요롭게 만든다. 마치 다양한 재료들이 섞여 더 풍부한 맛을 내는 요리처럼,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이 통합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깊은 맛을 갖게 된다.
오늘도 나는 선택한다. 완벽한 조화를 즉시 이루려는 조급함보다, 조금씩 통합해가는 과정을 즐기기로. 때로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순간들도 모두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가기로.
결국 가장 아름다운 조화는 모든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갈 때 이루어진다. 마치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구름이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오듯.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다양한 목소리들에게 귀 기울이며, 그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아간다. 그 여정 자체가 바로 조화와 통합의 실현이니까.
여러분의
지금, 그리고 내일을 응원합니다.
"Step by Step, Ferociously"
감사합니다.
- 그라페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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