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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정원

[좋은 글을 읽고 #4] 철학자의 말, 주례사, 그리고 시

by GraFero 2022. 5. 26.

비슷한 주제를 나열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이해하기도 쉽고, 체계적이긴 하지만
오늘은 또 다른 재미를 추구해보기로 했습니다.

어울리지 않을 법한 3가지 이야기를 통해
이런저런 생각을 나눠보려 합니다.

글과 연관성은 없지만..귀여워서 올려봅니다 ㅋㅋ (출처: 픽사베이)

# 첫번째 이야기 : 철학자의 말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오늘 호사가(남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 배은망덕한 자, 이기주의자, 거짓말쟁이, 질투에 사로잡히고 짜증에 가득 찬 인간과 마주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선과 악이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선의 아름다움과 악의 추악함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들이 나와 닮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 그렇기에 나를 해롭게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으며 나를 추악함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이 또한 없다.

나는 내 형제들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모두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2.1


생각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데일리 필로소피>에 모두 인용된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조언입니다. 요지는 미리 충분히 대비하고 예상하는 것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마주치게 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악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 그들이 그런 행동, 생각을 한 배경에는 그들 나름의 거대한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고, 나를 의도적으로 힘들게 하려고 작정하고 덤벼든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하루를 시작할때 장거리 여행 전에 미리 '멀미약'을 먹 듯 마음을 단단하게 하기 위한 약을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약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 인용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하루를 지내며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겠지요.
하지만 위와 같은 배은망덕한자, 이기주의자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덜 당황하거나, 화를 덜 내거나, 여유를 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행여 질투에 사로잡히거나, 짜증에 가득찬 분들을 만나게 된다고 해도, 이미 예상 범위에 속한 일들이 일어난 것일 뿐이므로 '그래..이런분들도 있고, 저런 분들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여유 있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정도의 효과만 가질 수 있다고 해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선사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두번째 이야기 : 주례사


한번은 정말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주례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듣지 않을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궁리 끝에 딱 4분만 주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했던 주례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이미 사랑이 넘치고 넘쳐서 이 자리에 섰기 때문입니다.
누가 강요한 사랑이 아닙니다. 두 사람이 선택하고 약속한 사랑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약속을 지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자신에게 배우자에게 양가 부모님에게
그리고 수많은 하객들에게 한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랍니다.

둘째는 효도하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많은 젊은 부부들이 효도라는 이름 때문에 서로에게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시댁과 처가댁에 언제 가야 하는지,
안부전화는 얼마나 자주 드려야 하는지,
부모님들께 용돈은 얼마를 드려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고 합니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어려운 일들입니다.
이런 식의 효도는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친정 어머니는 시집 간 딸자식의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
기분이 어떤지 다 알게 됩니다.
자신의 몸속에 자라는 암 덩어리는 참을 수 있어도
자식의 마음속에 자라는 근심 덩어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20만 원, 30만 원의 용돈으로 저울질하지 마십시오.
대신에 진짜 효도를 하십시오.
그것은 두 사람이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날마다 즐겁고 신나고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부모님에 대한 최고의 효도입니다.

셋째는 참지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옛날에는 시집가면 무조건 참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참으면 이혼하게 됩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면 풀어야 합니다.
대신에 사랑도 참지 말아야 합니다.
칭찬도 참지 말아야 합니다.
행복도 습관입니다.
오늘 행복한 사람이 내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 <통하는 말 통하는 글>중에서, 김철휘 지음


생각

제가 결혼할 때
누군가에게 부탁드리기도 좀 어렵고,
부탁드렸을 때 어떤 답례를 해 드려야 할지도 어렵고 해서
예식장에 연계된 주례 선생님을 그냥 모셨던 기억이 납니다.

주례사의 내용이 잘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제가 그때 극도로 긴장했던 탓도 있겠고..^^,
많이 들어본 무난한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처음 책에서 이 주례사를 접하게 되었을 때,
와..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이렇게 집약적으로 잘할 수도 있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부모님에 대한 최고의 효도라는 말,
행복도 습관이라는 말.
정말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내용인 것 같아
저도 자주 보고 여러분께도 공유드리고 싶었습니다.

결혼한 지 꽤 됐지만,
주례사를 위의 내용으로 바꿔봅니다. 아니 추가해봅니다.
(원래의 주례도 그 자체로 소중한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효도하는 마음으로
더욱 즐겁게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 세번째 이야기 : 천상병 시인의 '귀천'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생각

제가 존경했던 고등학교 때 한문 선생님이
좋아하시던 시로 기억합니다.

다양한 일상, 경험들로 켜켜이 쌓여 찾기 어려웠던
이 시에 대한 저의 추억이,

얼마 전 우연히 테니스클럽 카톡방에서
다시 이 시를 다시 접하게 되면서
생생하게 되살아났습니다.

어릴 때는 뭔가 '죽음'과 연계된 것 같아
꺼림칙한 느낌도 있었지만
막연히 마지막 문구가 좋아서
좋아하게 된 시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다시 이 시를 찬찬히 읽어보니

매 순간 생이 마지막인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열심히 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라틴어 격언에 '죽음을 기억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우리에게 죽음의 순간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다양한 현상들에 가려져 의식하지 않으면 잊게 됩니다.
그렇기에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더욱 소중하게 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도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


오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소풍 가는 것처럼
즐겁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오늘도 소풍과 같은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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