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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정원

[테니스 에세이] #6. 시작도 하기 전에 지는 방법

by GraFero 2022. 6. 28.
조코비치(왼쪽)과 악수하는 우리나라 권순우 선수(오른쪽). 비록 지긴했지만 완벽하게 '졌잘싸'였습니다^^



얼마전 동호회에서 종종 코치해주시는
50대 형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게임이 시작도 하기 전에 지는 지름길이 있어.
‘상대가 너무 강해..'
'오늘은 컨디션이 좀 별로라서..'
'요즘 바빠서 연습을 못해서..'

경기 전에
혼자 이런 생각을 하거나,

또는
그런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농담하듯이,
나중에 졌을 때를 대비한 변명거리로
툭툭 해대는 것이야."

어젯밤. 정현 선수 이후
우리나라의 간판급으로 성장한
세계랭킹 81위 권순우 선수와
세계랭킹 3위 조코비치가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만났습니다.


세계랭킹 3위와 81위의 대결. 결과는 누구나 쉽게 예측 가능하듯
세계랭킹 3위인 조코비치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결코 손쉬운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권순우 선수는
요즘 참가하는 대회마다 1회전 탈락을 했습니다.
자칫 슬럼프에 빠지거나,
위에서 말한
게임에서 지는 지름길로 빠질 수도 있었지만
권순우 선수는
있는 힘을 다해 집중하였고,
조코비치 선수를 상당히 괴롭혔습니다. 졌잘싸.
졌지만 잘 싸운 경기.
지더라도 잘 싸워야 다음이 있습니다.

공이 나가더라도 부담감을 이겨내고
평소의 내 스윙을 할 수 있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스트로크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도 않았고,
네트플레이도 잘 했지만,
서브에서의 세밀한 차이가
결국 결과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지지 않고,
최선을 다한 뒤 졌기때문에
이 경험치가 온전히 그의 것으로 갈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지난 주말
저도 동호회에서 주최하는 월례대회에
참가했습니다. 2승 2패.
결과는 그럭저럭 나온 것 같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스윙을 하지 못했고,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이겼던 것 같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권순우 선수와는 달리,

경기도 하기 전에 이미
'이번주에는 아이 충치치료로 인해
거의 연습을 못했어'
라고 핑계거리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지 말아야한다고 아는 것과
실제로 살아가며 그렇게 실천하는 것은
예상보다 어려운 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스로의 마음을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매번 잘 살피고,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시작도 하기전에
지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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