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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정원

[詩] 오랜만에 시를 써보니

by GraFero 2022. 1. 25.

오랜만에 시를 써보니

                                - GraFero

 

어제도 그랬다. 

한참을 깜빡이는 모니터를 보다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모니터가 있는 방에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바쁘게 일을 만들었고, 운동도 하고, 카톡도 했다.

모니터 앞에 다시 앉는 것만 빼고는.

 

솔직히 말하면

그제도 그랬고, 한 달 전에도, 1년 전에도 그랬다.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을 쓰려고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냐

뭐 흰 공간에 아무렇게 단어들을 조합해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맞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어릴 때 나는 '문학소년'이고 싶었다. 

몇 자 끄적여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는 

문학소년이라고 자칭하고 나 혼자 스스로 어깨에 힘을 줬다.

 

어느덧 몸은 자랐지만, 문학소년은 그대로 그때에 머물러 있다.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시를 외면했던 바로 그때. 그 시절에.

 

시 짓기 백일장에 참가했는데 떨어졌다며,

나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지금 모니터를 피하듯, 피했다. 외면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 10:38분

 

가족들이 잠든 시간. 

모니터 앞, 지금, 여기, 이곳에서

시를 계속 쓰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별것 아니지만,

나만의 알을 해보려 한다. 

 

시를 많이 읽어보지도 못하고,

시를 논평을 할 능력도 없지만,

 

언젠가. 내가 스스로 혼자만의 문학소년일 때,

옥상에서,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시상을 떠올리겠다고 눈을 감고 웃음 지었던 기억이

나를 여기 모니터 앞으로 이끈 것이 아닐지.

 

나의 고요와 마주하고, 

나의 내면과 마주하고,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마주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그냥 글을 마구잡이로 써본다. 

 

어느새 좀 익숙해졌다. 

어깨에 힘이 좀 풀렸다고나 할까.

기분 탓이겠지만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의 족쇄도 헐거워진 것 같다. 

 

에픽테토스가 말했지.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나는 나의 성장을 위해

담대하게 모니터에 앉아

글을 한 자 한자 써 내려가 보도록 해야겠다. 

 

담대하게.

그렇게 나를 가둔 알과, 족쇄를 벗어나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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