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즐거워서,
그냥 재미있어서,
그 일을 사랑하게됐습니다.
일을 사랑하다 보니,
더욱 그 일을 잘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그 일을 잘하게 되니,
사람들의 기대가 커져 갑니다.
계속 계속 잘 할 것이라고,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악의 없는 기대는 더욱 커져갑니다.
불현듯,
그 사람은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성공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요했던 호수는
커다란 무게의 돌팔매질로 출렁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절대로 실패하지 말아야 해.
절대로 실패하지 말아야 해.
여기서 잠깐.
잠깐만요.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호흡을 하고,
이제부터 부담감을 이기는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명예, 기대는 중요치 않습니다.
바로 나, 내 마음의 고요가 먼저 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본래 즐거워서 이 일을 하게됐습니다.
무조건 1등을 위해, 잘하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서는 아니었죠.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에 나오는 표현처럼,
즐거워서 하다보니 잘하게 됐습니다.
나는 본래 최고가 아닌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죠.
부족함이 있고, 실수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한번쯤 실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훌훌털고 다시 일어나 또 한번 더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요?
부담감을 이기는 게임에서 이제 승자가 되었습니다.
승자가 됐다는 사실은 뭐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여기에 집착하면 부담감 씨앗을 발화시키기 위한
아주 좋은 거름이 될 뿐이겠죠.
고요한 호수에서
잔잔한 물결을 즐기며
그냥 하던 일을 또 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듣는척, 그냥 넘깁니다.
그러면 이제 그 호수에 던질 수 있는 돌멩이는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바라보면 됩니다.
월렌다 효과를 막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참고) 월렌다 효과(Wallenda Effect)
- 일의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정상적으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일컫습니다.
관련 스토리
고공 외줄타기의 고수로 불리던 칼 월렌다는 1978년 푸에르토리코의 산 후안 도심에 위치한 건물에서 외줄을 타던 중에 추락사하게 됩니다. 실패를 분석한 결과, 성공에 대한 강박감과 부담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사고가 날 것 같았어요. 공연에 나가기 전부터 계속 중얼거렸거든요. '이번 공연은 매우 중요하니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돼, 반드시 성공해야 해'라고 말이에요. 그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저 공연 준비에만 집중할 뿐 다른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공연이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고요.
(참고: <한 번이라도 끝까지 버텨본 적 있는가>, 웨이슈잉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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