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 옛날부터 그렇게 해온 걸 뭐"
"원래, 그랬습니다."
이전에 해왔던 행동들을 깊은 생각없이 계속 할 수 있도록 변명할 수 있는 마법의 문구들입니다.
하지만 인류의 진보는 위와 같은 말, 위와 같은 생각만으로는 결코 이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애플에서 최고의 마케팅 광고로 꼽힌 "Think different" 및 빌게이츠의 "Think week" 등을 보면, 이전에 해왔던 그저그런 루틴을 벗어나 생각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것 또한 생각이군요.
아직 저도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의 잠재력은 상상이상으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이 내린 나에 대한 판단을 그대로 수용해 나의 한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 입니다. 잠재력은 눈에 보이지 않기때문에 '설마 내가 그러겠어?'라는 생각이 나를 가두게 되는 것이죠.
백번 말로 강조해도 느낌이 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다음의 세가지 이야기가 고정관념과 과감히 이별을 하는 데, 적어도 이별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야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첫번째 이야기 : 행렬털 애벌레
행렬털애벌레(processionary caterpillar)는 독특한 행동 습성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녀석은 먹이를 찾으러 보금자리를 나설 때 마치 서커스단의 코끼리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줄로 이동합니다. 선두 애벌레는 기어가면서 가느다란 실을 뽑아 흔적을 남깁니다. 다음 애벌레는 그 실을 따라 기어가면서 자기 실을 한 줄 덧붙입니다. 수백 마리의 애벌레가 줄줄이 대형을 이루며 숲을 통과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선두 애벌레라고해서 딱히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선두에 섰을 뿐입니다. 선두 애벌레는 한참 기어가다 가끔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가장 가까운 먹잇감이 어느 쪽에 있을지 감을 잡은 후 행진을 계속합니다. 선두 애벌레를 치워보면 두 번째 애벌레가 정찰 임무를 넘겨받습니다. 뒤따르는 애벌레는 선두의 변화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합니다.
현대 곤충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앙리 파브르는 행렬털애벌레를 연구하다가 선두를 따르려는 애벌레의 본능이 얼마나 강한지 확안하고픈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1896년 1월30일, 파브르는 한 가지 실험을 구상했습니다. 줄줄이 행진하는 애벌레를 유인해 흙을 채운 커다란 항아리의 테두리를 따라 빙글빙글 돌게한 것입니다. 그는 원을 이루기에 충분한 애벌레들이 기어오르자마자 나머지는 쓸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선두를 살짝 건드려 마지막으로 따라오던 애벌레의 꽁무니를 뒤따르게 해서 원을 완성시켰습니다. 그 순간 선두가 없어졌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원 안의 애벌레 각각은 앞서가는 애벌레가 만든 실을 따르기만 했습니다. 원에서 약 30센티미터 거리에 애벌레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를 놓아두었는데도 이를 못 보고 지나쳤다고 합니다. 엿새 뒤인 2월 5일, 애벌레들은 여전히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습니다. 다수가 지치고 굶주려 나가떨어지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원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기력이 남은 몇 마리만 탈출을 감행할 수 있었습니다. 파브르의 계산에 따르면 애벌레들은 항아리를 500바퀴 이상 돌았고 이동거리는 400미터를 넘겼다고 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약 145킬로미터, 즉 먹지도 마시지도 쉬지도 않고 3.5번의 마라톤을 완주한 것과 맞먹는 여정이었습니다. 파브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애벌레들은 지치고 배고프고 쉬지도 못하고 밤에는 추위에 떨면서도 수백 번 지나간 실크 띠에 고집스럽게 매달린다. 그것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할 희미한 논리력조차 없기 때문이다."
(출처: <탁월한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
# 두번째 이야기 : 뚜껑에 갇힌 벼룩이야기
벼룩은 강력한 뒷다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1미터가 넘는 높이도 점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날 한 생물학자가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벼룩을 1미터 높이의 캔 안에 담아 놓고 실험을 진행해보았습니다. 벼룩은 열심히 뛰고 또 뛰었지만 매번 뚜껑에 부딪혔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벼룩은 뚜껑에 닿지 않을 정도로만 점프를 하게됩니다.
생물학자는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벼룩은 1미터가 넘는 점프를 할 수 있음에도 뚜껑을 스스로 자신의 한계로 설정하여 1미터 이상은 뛰지 못하게 됩니다. 뚜껑이 열려있어서 그 이상을 뛸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세번째 이야기 : 발이 묶인 코끼리 이야기
어릴 적에 잡혀서 동물원에서 기르게 된 아기 코끼리가 있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아기코끼리에게 5cm 두께 정도의 족쇄에 2~3m정도 되는 사슬에 묶어 놓았습니다.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던 아기 코끼리는 수차레 족쇄를 벗어나고자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넘어지거나 다치게 됩니다. 그렇게 자기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포기하게됩니다. 세월이 지나 이 코끼리는 수 톤이 나가는 덩치가 아주 큰 어른 코끼리로 성장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어릴때와 동일한 작은 족쇄에 묶어있었습니다. 언제든지 원한다면 족쇄를 부수고 걸어나갈 수 있는데도 큰원만 그리며 빙빙 돌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설정한 자기의 한계를 어른이 된 현재에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족쇄를 벗어날 시도조차 하지 않게됩니다.
행동경제학 개념 중에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있습니다.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처음에 인상적이었던 숫자나 사물이 일종의 기준점이 되어 그후의 판단에 왜곡 혹은 편파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참고: <생각의 차이가 일류를 만든다>)
위 세 가지 이야기는 일종의 앵커링 효과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즉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혁신을 외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사색을 하며 '혹시 내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부분이 있는지' 따져보고,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고정관념의 무한루프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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